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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노맹 출신들 "사회 변혁 운동에 중단은 없다"
사노맹 핵심 7명 5~7월 출소 예정…“과거 청산, 새 방식 운동 펼 터”
[377호] 1997년 01월 16일 (목) 崔寧宰 기자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회주의 혁명을 시도하는 가장 위험한 비합법 전위 조직이므로 조직원 가운데 일부는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선고를 받았던 조직이다. 사노맹은 92년 4월 백태웅씨 등 중앙위원 전원이 검거되면서 와해되었다.

그렇다면 사노맹이 재건될 가능성은 없는가. 사노맹 사건으로 현재 복역하는 구속자 수는 11명이다. 모두 92년 4월 이전에 검거된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7명이 올해 5월과 7월 사이에 형을 마치고 석방된다. 6명은 조직의 핵심인 중앙위원이고 1명은 영남위원장이다. 그래서 조직 재건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실 접목 가능한 사회 제도 연구

사노맹 사건 구속자 가운데 가장 중형인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박노해씨(본명 박기평)는 경주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그는 4년째 가족에게 편지도 쓰지 않고 ‘책읽기’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되었듯이 사회주의 혁명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시사저널> 제 302호 참조). 사노맹의 총책 격인 중앙위원장 백태웅씨는 15년형을 선고받고 원주교도소에서 5년째 복역하고 있다. 이정로라는 필명으로 80년대 변혁운동 노선 투쟁을 주도한 백태웅씨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새로운 성격 규정,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접목할 가능성, 시장 경제, 사회주의의 독점자본 국유화 정책 재검토 등이 그가 연구하는 주요 주제이다. 백씨를 옥바라지하는 부인 전경희씨(35·전 사노맹 비서실장·95년 5월 출소)는 “이전의 그는 이론을 가지고 현실을 재단하려 한 것 같다. 그러나 현재는 유럽 같은 외국의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가지고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사회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수업 시간표 같은 주간 시간 계획표를 만들어 놓고 공부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교시는 철학 50분과 휴식 10분, 2교시는 경제 50분과 휴식 10분이라는 식이다. 라디오 뉴스를 영어로 동시 번역하는 방법으로 영어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5년형을 선고 받고 안동교도소에서 복역하는 박홍순씨는 중국을 모델로 사회주의와 시장 경제가 결합할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박씨의 부인 이미연씨는 “그는 올해 5월에 만기 출소하면 변혁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노맹 연락국장으로 90년에 검거되어 8년형을 선고 받고 목포교도소에서 복역하는 현정덕씨는, 초기에는 숟가락을 삼키는 등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최근 불교에 심취해 불경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사노맹 구속자들은, 개인 별로 정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출감 후에도 변혁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덧붙이는 전제가 있다. 과거의 사노맹을 재건한다든지 그와 같은 방식을 답습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 교도소에 격리 수감된 사노맹 구속자들 사이의 연락은 공식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가족과의 면회를 통해 과거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던 동지들끼리 안부 정도는 주고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노맹 사건 구속자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해서 알려졌다.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경제 문제이다. 목포교도소에서 7년째 복역하고 있는 현정덕씨의 어머니 이삼덕씨(56)는 교도소가 멀어서 면회를 자주 가지 못한다. 비용 때문이다. 남편마저 89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이씨는 아들 옥바라지와 생계를 위해 파출부, 아이 보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만든‘박노해후원회’와 사노맹 사건 출소자 및 가족들이 친목 모임으로 만든 ‘민들레회’(회장 전경희)가 사노맹 관련자들을 돕고 있지만, 구속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역시 그들의 어머니들이다. 이 어머니들은 사랑하는 아들들의 옥바라지를 위한 계모임을 만들어 매달 셋째 화요일 서울지방법원 식당에서 만나고 있다. “밥값과 커피값이 싸서 법원 식당에서 모입니다. 92년 10월부터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구속자 어머니 13명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매달 만원씩 모았는데 97년 3월이면 7백만원이 된답니다. 언젠가 모인 회비로 우리 아이들의 변호사에게 식사 대접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최영재기자
 

 
“군사 독재 타도하자”:6공 정권 아래서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추구하던 급진 조직 사노맹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시사저널 자료

 
“살인·부정부패·비리 사범은 2~3년 지나면 다 풀어주면서 사회 모순을 해결하려 한 양심수는 왜 사면하지 않는가.”
백태웅씨 부인 전경희씨. 시사저널윤무영 foto@sisapress.com